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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삼성전자 홍준성 상무는 왜 구글로 갔을까?

제임스-딘딘 2017. 4. 30. 02:26

2009년 12월 16일.

삼성전자에서는 임원 승진발표가 있었다. 총 승진한 삼성전자 임원은 177명이었다. 그중엔 만 40세의 나이로 최연소 상무로 발탁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당시 수석연구원(부장 급)이었던 '홍준성'님이다.
홍준성 상무는 당시 1969년생. 승진 임원 대상 177명 중 가장 나이가 어렸다.
그는 무엇을 했길래 삼성전자라는 거대 기업안에서 수많은 어르신들을 제치고 최연소 임원이 될수 있었을까?



그는 무선사업부 - 모바일솔루션센터(이하 MSC)에서 Realtime Kernel기반의 모바일 운영체제 ‘바다(Bada)’를 개발한 주역이었다. 
홍준성 상무는 '바다(Bada)'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자랑스런 삼성인상(기술상)을 받았다. 실제로 '바다(Bada)'를 운영체제로 사용하는 스마트폰, '웨이브' 시리즈를 출시도 했으며, 당시 전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약 2%정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다.


삼성전자에서 바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출시했던 스마트폰, 삼성 웨이브 3삼성전자에서 바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출시했던 스마트폰, 삼성 웨이브 3





이처럼 삼성전자내에서 S급 인재로 통했던 그는 2015년 10월, 돌연 구글코리아로 이직한다.
구글코리아 엔지니어링 총괄사장이라는 직책을 받고.
구글은 그의 영입을 비밀리에 추진했으며 영입 후에도 공식 발표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삼성전자의 내부개발자들 사이에선 구글측이 삼성측의 손꼽히는 핵심 개발자를 구글의 한국법인 수장으로써 데려갔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삼성전자는 구글도 탐내는 소프트웨어 개발자(홍준성)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끝까지 끌어안고 가지도 못했고, 지켜내지도 못했다. 

촉망받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삼성전자 임원이었던 그는 왜 구글코리아로 간 것일까?

이를 알고자 한다면, 우린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인력을 얼마나 지켜주려 했고, 그들에게 어떤 대우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있다.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2008년 삼성전자가 무선사업부의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표방하며설립한 MSC라는 조직의 탄생 ~ 소멸과정을 살펴보면 된다.


당시, 무선사업부 내에서 MSC의 의사결정은 하드웨어 부문의 의사결정에 번번이 밀렸다고 한다.

예를들어 하나의 신규 스마트폰 모델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스마트폰의 부품 재고 및 수급에 따라 하드웨어  스펙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 충분히 그럴수 있다. 
그런데, 이 하드웨어가 바뀌면 그 안에서 동작하는 소프트웨어도 필연적으로 어떤 변경이 발생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다. 당초 계획했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크기가, 사정에 의해(경쟁모델 따라잡기를위한)증대하거나, (단가 낮추기를 위한)축소가 필요 하면, 앱의 소프트웨어 코드도 그에 맞춰 다시 수정해야 한다. 

좀더 자세히 예를 또 들어보자. GPS, Wi-Fi, Bluetooth와 같은 radio chip의 제조사가 달라지거나, 제조사는 다행이 동일하더라도 단가문제로 모델이 달라지면, 그에따라 driver도 달라지게 될 것이다.

driver가 달라진다는 것은 무슨의미인가 ? 

Platform layer에서 제공하는 API 및 framework부터 궁합이 잘 맞는지(기대한 대록, 혹은 의도한대로 동작이 잘 되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검증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규명해야 하고(driver가 문제인지, chip의 firmware가 문제인지, 혹은 Platform의 API로직 이나 Framework로직이 문제인지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규명이 끝나면 수정이 가능한지 검토한 후 수정패치를 만들어 적용 해야 한다.


자, 이렇게 뭔가 Hardware가 변경되려면 Software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건 상식이다. 뭔가 달라졌으니, 그에 맞춰 함께 달라지려면, 달라진 점을 파악하고 어떻게 맞춰서 수정이 가해져야 하는지 파악해야 하니깐.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지.


그렇지만 삼성전자의 높으신 분들은 소프트웨어는 알아서 맞추라는 지시를 내린다.. 추가적인 일정을 주지 않고, 기존일정대로 진행하라신다.

이게 소프트웨어 푸대접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오늘날 소프트웨어는 서비스 형태로 출시하고, 사용자와 소통하며 보완 및 발전시켜야 하는데, 삼성전자의 경영진은 Hardware처럼 완제품같은 Software를 뚝딱 만들어주길 바란 것 같다.


또, 이건 삼성Android Flagship 스마트폰에 대한 얘기이지만...

거대 사업자가 되버린 구글의 압력(참고로 유럽연합에서는 구글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독점 행위로 결론냈다고 전해진다)으로인해 개발단계에서 스마트폰 갤럭시에 탑재도 해보지 못한채 중도하차된 삼성의 앱이 많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구글의 압력이 들어올 때마다 대체제가 없어(삼성만의 모바일 운영체제가 없이 Android를 사용하는 상황) 구글의 압력에 굴복할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앞서 언급한 홍준성 前 삼성전자 상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가 총괄했던 ‘바다 OS’ 개발 프로젝트는 한창 진행중이었지만, 삼성전자의 높으신 분들의 의사결정에 의해 강제 종료됐고, 심지어 2014년에는 그가 속했던 무선사업부의 'MSC'라는 조직 자체는 공중 분해됐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방황하고 고민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한 뉴스기사. 삼성전자, 10개 해외조직 대폭 개편 모바일솔루션센터 분산·재배치 글로벌 B2B사업조직 확대 조정


그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구글은 삼성전자와 평소 모바일 부문에서 협력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그를 가까이서 보아왔고, 그의 실력 역시도 잘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MSC는 ‘삼성도 OS를 만들어보자’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라는 비전을 꿈꿨던 조직이다.

삼성전자는 불과 설립 5년 남짓만에 실현 가능성 없다며 MSC를 정리했고, 그 여파로 지금도 삼성전자의 고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이탈은 계속 되고 있다고 한다.

MSC의 수뇌부였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좋은 비전을 내세워 좋은 인재들을 MSC에 끌어왔는데 한번에 조직을 해체했다”면서 “삼성이 10년 아니 100년 내에 소프트웨어 인재를 다시 뽑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잃어버린 믿음을 다시 세우는 데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인가”라며 한탄했다고.


미래의 먹거리산업인 자동차, 가전, 모든 전자기기가 소프트웨어 기반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한 일이다. 


이상 삼성전자의 MSC 운영과 해체 과정을 통해 '삼성전자는 왜 소프트웨어 부문의 경쟁력이 구글에 비해 떨어지는가'에 대한 수많은 힌트를 엿볼 수 있었다.